립살리스 로터스 부사완
코로나 이후 식물을 집으로 들이는 것이 흐름이 되자 언제나 눈으로만 좇던 식물들을 내 공간으로 들이고자 했다. 그저 예쁜 화분에 심어 놓고 정해진 시간에 물만 주면 잘 자랄 거라 짐작했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내 이상 향의 식물들을 키우고 조성하려면 만만치 않은 금전적 지출과 매일 같이 식물들을 들여다봐야 하는 관심이 필요 한 어려운 일이었다. 좋아하는 식물을 금전적인 이유로 SNS로 바라만 볼 때엔 실망감이 가득하다. 나는 식물을 매개체로 타인은 가졌으나 나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작업을 시작했다.
식물을 키우고자 하면서 느낀 이 감정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한편에서 안정된 직장 없이 붕 뜬 상황 속에서 뭘 시도하려 해도 많은 제약 속에 가두어져 버리며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나는 어떤 제약에서도 벗어나 소유할 수 있는 식물을 만들고자 한다. 버려진 박스를 주워 잘라내고 가장 가지고 싶었던 식물의 형태를 만들고 물감으로 칠을 했다. 금전적 부담이 없고 어떤 환경에서도 처음 만든 그대로 존재하는 가짜 식물은 수많은 제약 속에 붙잡혀 좁은 세상을 살아가는 내가 품고 있는 열망을 상징한다.
특별히 뭘 하기 위해 구할 필요 없이 가장 가까이에 항상 존재하는 흔한 재료로 내 열망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박스와 물감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어린 시절에 갖고 싶은 물건을 흉내 내며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만들었던 놀이가 연상된다고 생각한다. 유아기적 행동을 성인이 되어서 하고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느낀다. 유아기의 행동을 성인이 되어서도 하고 있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데 이 자체가 사회의 많은 제약 속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는 나의 현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갖지 못한 것을 주제로 작업한 내 작업물은 단순한 재료를 이용해 작업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정교하게 작업을 하려고 해도 어딘가 허술한 느낌을 낸다. 대체될 수 없는 열망을 스스로 구현해 대체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디까지나 진짜가 아닌 내가 만들어낸 가짜의 작업물의 모습을 통해 이 사회를 살아가며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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