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서 살기 시작하게 된 이후로 나에게 도시라는 장소는 어느 때에도 모두가 잠든 순간을 찾기 힘든, 밤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팬데믹 이후 텅 비어버린 도시의 모습은 마침내 밤이 찾아와버린 황무지가 된 듯 느껴졌다. 내가 알던 공간이 낯선 표정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곳엔 텅 비어버린 건물들만 남아 그곳을 지키고 서있고 각종 이유들로 무리 지은 인파로 가득 찼던 저녁의 식당가는 갈 곳을 잃은 발자국 소리와 불안의 감정만 가득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웃고 떠들며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너무나 먼 과거처럼 느끼는 내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하나의 사건이 일상의 생활 모습을 얼마나 바꾸어 버렸는지를 느낀다.
나는 작업을 순간들을 수집하는 수집가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여긴다.
드로잉, 회화와 사진을 통해 내가 발견한 순간들을 수집한다. 수집가가 되어가는 과정은 결국 나의 정체성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나에게 작업은 결국 수집물들의 나열을 통해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인적 없는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번 전시에서 매일 걷던 곳, 혹은 무료함에 지쳐 가끔 방문하던 곳에서 발견한 황무지처럼 변해버린 공간의 순간들을 목격자로서 수집하고 기록하고자 하였다.